우선 등록금의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정부가 매년 1년치 등록금을 책정한다. 그래서 각 대학이 학생들에게 받는 수업료가 정해져 있다. 비유럽권 학생들은 훨씬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하지만, 네덜란드와 유럽권 학생들의 등록금은 올해 1771유로(약 250만원)다. 물론 10개월 분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누리집에서 확인하니 이번에 내가 교환학생을 했던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은 340만원이다. 한국 대학생들이 네덜란드보다 무려 3.5배나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는 셈이다.
네덜란드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상당수 학생들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네덜란드는 개인소득세율이 최고 52%일 정도로 높지만,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대학생들은 평일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매달 용돈으로 쓰기에 충분한 돈이 정부에서 지급된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도 방값과 생활비를 모두 자급자족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수업에서도 두 나라 학생들의 차이는 컸다. 네덜란드에선 수강 과목이 짜여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목 수만 보면 한국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커 보인다. 하지만 수강 신청을 겪으면서 그것이 허울뿐임을 알게 됐다. 1초면 충분했다. 이 안에 빠른 클릭에 성공하지 못하면 4개월 동안 원치 않는 수업을 듣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수업 방식의 차이도 컸다. 내가 다니는 에라스뮈스대학에서는 보통 과목당 수업이 렉처와 튜토리얼로 나뉜다. 렉처는 교수가 수강생 전체에게 개념 설명과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다. 튜토리얼은 학생 15~20명 정도로 분반한 소규모 수업으로, 렉처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과 발표를 한다. 대부분 학생들은 튜토리얼에 비해 렉처를 따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교수들은 렉처 때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방법을 고심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선 수업 방식이 더 정형화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토론과 발표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지만, 수업 방식은 크게 강의·발표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는 아쉬움이 더 컸다. 영어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질문도 대답도 없는 수업이 계속되었다. 국제화를 위해 영어 수업이 필수라지만 소통을 단절시키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면서까지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가까이서 본 한국 대학생들은 누구보다 성실하다. 언어의 부담이 없는 한국어 수업에선 학생들이 미리 집에서 다른 사람의 발표문을 읽어보고 질문을 준비해오는 걸 종종 보았다. 이 이야기를 같은 기숙사에 있는 외국인 교환학생들에게 해주자 하나같이 한국 학생들의 준비성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누구보다 바쁘고 지쳐 있어 보였다. 치솟는 등록금, 외국어 스트레스, 취업 걱정….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변화인 듯하다.
신지영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