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재미있는 역사이야기

<나의 남명학 읽기-남명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읽고

seoyeoul 2021. 12. 24. 14:38

. 서론

선비란 학식과 사람 됨됨이를 모두 갖춘 사람에 대한 호칭으로, 어질고 학식을 두루 갖춘 사람을 뜻한다. 전통문화권에서 선비란 말은 학문을 닦는 고결한 인품의 소유자이자 성현의 도를 배워 세상에 실천하는 유학자로 이해된다. 비록 세속의 부와 권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한 학문적 노력에 평생을 경주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만 읽고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선비는 대부분 유학을 공부한 유학자인데, 이들은 옛 성현이 설파한 도를 배우고 몸소 익혀 자기 것을 만들어 세상에 실천하는 자들로 현대에 많이 알려진 사람으로는 이황, 이이 등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조선 중기를 살았던 남명 조식은 선비의 표상으로 불렸으며 당대 사람들의 유교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남명 조식의 학풍을 계승한 사람들을 남명학파라고 하는데, <나의 남명학 읽기-남명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통하여 조식이 강조한 선비정신이 오늘의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 본론

1. 남명 조식은 누구인가?

남명 조식은 연산군 재위 7년인 1501, 지금의 경남 합천군에 속한 삼가현 토동의 외가에서 아버지 언형과 어머니 인천 이씨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20대 중반까지는 서울에 살면서 성수침, 성운 등과 교제하며 학문에 정진하였고, 25세 때 산사에서 동학들과 <성리대전>을 읽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학문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남명 조식은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고 처사의 삶을 살았다. 38세에 이언적의 천거로 경주 참봉에 제수되었지만 나아가지 않았고, 이후 48, 51세에도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53세에는 이황으로부터 출사를 권유하는 편지를 받았지만 거절하기도 했다. 55세에는 단성현감에 제수되었지만 나아가지 않았고 을묘사직소를 올려 조정과 사림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59세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인 70세가 될 때까지 여러 차례 조정에서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옳지 못한 정권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벼슬은 하지 않았지만, 세상일을 두고 좌시하지는 않았다. 세상에 나아갈 이들을 기르며 때를 기다렸고, 잘못된 권력의 비판자이자 감시자 역할을 했다.

남명 조식은 시대정신에 투철하였던 시대의 어른이었고, 훌륭한 제자를 양성했던 교육자였으며, 냉철한 현실 직시를 통해 대안을 제시했던 선각자였다. 남명은 인을 몸소 체험하여 바깥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베어 나온 사람이었다. 힘없고 하소연할 데 없는 백성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했으며, 나라의 위기를 걱정하고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인물이다

 

2. 남명학은 무엇인가?

남명은 몸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그의 목표는 자신을 성인으로 만드는 데 있었다. 남명의 학문은 한마디로 수양론이다. 남명은 자기의 사상을 신명사도로 표현했는데, 여기에는 남명의 수양과 실천에 대한 견해와 인간과 세계, 개인과 국가의 유기적 관계가 잘 나타나 있다.

남명학의 요체는 경()과 의()인데, ‘라는 인간이 하늘을 대할 때의 마음이다. 하늘을 두려워하고 어른과 아버지, 스승을 두려하는 마음이다. 두려워하는 마음은 곧 공경하는 마음인데, 하늘에 대한 극도의 긴장, 이것이 자신을 공경하게 하는 길이고 자기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이다. ‘는 내가 하늘을 대할 때의 마음으로 남을 대하는 것으로 도덕적 긴장을 말한다. 내 마음이 일을 접하고 남을 만날 때 인욕이나 물욕이 개입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라는 검색대를 만들어 놓고 마음이 드나드는 것을 살펴야 한다. 남명이 내세운 는 수양과 공부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자신을 하늘에 합하게 하는 것이다.

 

. 결론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 시대의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인간이 인간다운 양심이나 지성은 덮어둔 채 물질적으로 더 편한 삶만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내 이익만 추구하면서 돈벌이에 매달려 허둥지둥 사는 것이 과연 인간적인 삶인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나아갈 바를 알려주고 인도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남명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하여 바른길을 제시해 준 시대의 등불이며, 인간의 품격을 진작시킨 시대의 어른이었다.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 도덕성이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명의 정신이 필요하다.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남의 실천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나의 실천부터 돌아봐야 하고, 우리의 도가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할 일이 아니라 나 자신부터 새롭게 하는 구도자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남명을 진정으로 따르던 후학들이 말이 아닌 몸으로 그 정신을 실천해 나갔던 것처럼 지금의 우리도 몸으로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명의 문인들이 의병을 일으킨 것은 평소 자기 실천을 철저히 하는 남명의 공부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남명이 살던 16세기는 사림들에게는 암울한 시기였다. 조광조의 도학정치가 기묘사화로 꺽이고, 중종반정을 주도한 공신들이 정권을 장악하여 권력투쟁을 하였고, 이어 외척들이 정권을 농단하여 부패가 만연한 시대를 살았던 남명은 철저히 자기 수양을 하여 마음에 한 점 티끌이 머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몸으로 보여주는 공부를 하여 한 시대정신을 바로 잡으려고 하였고, 많은 학자들이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지금 우리의 시대는 어떤가? 희망은 보이지 않고, 바른길을 가려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당한 방법으로가 아닌 편법으로, 그리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흔들리고 있다. 공동체 사회에서 바로 살아가기를 중요하지 않게 여겨 무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의 병폐를 잘 알고 비판하고 폭로하기는 하지만 정작 문제가 나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괜찮고 너는 안된다는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생겼으리라.

우리가 공동체적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하여는 개개인의 도덕성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마음속에 한 점 티끌도 머물지 않도록 애써 자신을 자꾸 돌아보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선량한 삶을 다짐하고 사리사욕을 물리치는 삶이 남명이 살았던 삶이다.

올바른 지식인이라면 세상이 어지럽고 시대가 어려울 때 세상을 돌릴 길을 찾아야 한다. 16세기 중반에 남명이 그랬던 것처럼 도덕성을 자기 몸에 성취하고 자신을 닦고 또 닦아야 할 것이다. 남명의 솔선수범과 가르침, 그리고 자기 실천의 삶은 이익 추구에만 급급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귀하고 가치로운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옳은 삶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참고도서

1. 이혜령 외(2020), 인물로 본 문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

2. 최석기(2007), 나의 남명학 읽기-남명사상의 현대적 의미, 경인문화사

3. 이상호(2019), 남명 조식의 선비정신에 관한 연구 경남학연구, 경남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