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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10 조선일보에서.. "세계시장 지배할 菊花 만들어낼 겁니다"

seoyeoul 2012. 1. 10. 22:49

"세계시장 지배할 菊花 만들어낼 겁니다"

 

입력 : 2012.01.10 02:21

명품 국화 '백마' 개발 주역 신학기 농진청 국화사업단장
1988년 농진청에서 연구 시작, 국화 외길 24년 최고 전문가
국산 국화 품종 개발 매진, 4년간 1200만송이 對日 수출… 앞으론 쉬운 재배에 초점

일본 품종보다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은 ‘백마’. /농진청 제공
2002년 9월 농촌진흥청 국화 시험장을 돌아보던 신학기(49) 연구관은 꽃봉오리가 활짝 핀, 눈처럼 새하얀 지름 12㎝의 국화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신 연구관은 이 꽃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연구실에서 카메라를 가져와 연방 셔터를 눌렀다. 국화 중 크기가 크고 흰색 꽃송이가 달려 상가(喪家)용으로 쓰이는 대국(大菊) 중 첫 국산 품종 '백마'가 꽃을 피운 순간이었다. 그가 이날 찍은 사진은 지금도 백마를 소개하는 책자에 사용되고 있다.

1980년대까지 한국 농업의 목표는 쌀·보리 등 주곡(主穀) 자급이었다. 화훼(꽃농사)는 '사치'로 여겨졌다. 1988년 8월 경북대 원예학 석사를 마치고 농진청 화훼과 연구보조원으로 일을 시작한 신 연구관 역시 "밥도 못 먹는데 무슨 꽃이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 현재는 30여명에 이르는 농진청 화훼 연구 인력도 당시에는 5명에 불과했다. 국화 역시 대국과 소국, 스프레이(꽃꽂이용) 등 세 종류 중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로 화단용으로 스프레이 국화(88시리즈)를 개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90년대 들어 화훼가 수출산업으로 인식되면서부터 비로소 국내 연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1993년 농진청 화훼과에서 국화를 담당하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국화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그러나 국화에 관해서는 시장 규모나 육종, 보급, 재배 등 모든 부분에서 독보적이던 이웃 나라 일본 때문에 국산 국화 품종 개발은 한계가 있었다. 스프레이 국화는 꽃꽂이용이기 때문에 다양한 색상과 모양 등을 중심으로 그나마 틈새시장이 있었지만, 대국은 상가용으로만 소비되는 특성 때문에 기존 품종보다 품질이 우수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

이 때문에 일본 품종인 '신마'와 '백선'이 90%를 차지하는 대국시장에서 국산 품종의 개발 및 보급은 불가능으로 여겨졌다. 그렇다고 전체 국화시장의 50%(20억송이)에 달하는 대국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1997년 종자산업법 시행과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 가입으로 2002년 7월부터 국화가 품종보호작물로 지정되면서 품종 개발은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됐다. 국산 품종을 개발하지 않으면 외국 품종에 대한 막대한 로열티 지급이 불가피했다.

신 연구관은 일본 품종에 대적할 수 있는 국산 대국 품종 개발에 매달렸지만, 농진청이 갖고 있는 대국 유전자원은 10점에 불과했다. 연구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농진청은 2001년 일본 대국인 백선과 신마의 교배시험을 시작해 3년여 만인 2004년 백마 개발에 성공한다. 그러나 2006년 8월 백마의 농가 보급이 시작되자 농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신 연구관은 "농가 시범재배 결과가 기대에 훨씬 못 미쳤고 품종에 개선할 점이 많이 나타나 상품성이 없다는 소문이 농가에 퍼졌다"고 말했다. 어렵게 개발한 백마였지만 기후 풍토를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아 초기 백마 재배는 난관에 부딪혔다.

일본에 4년간 1200여만송이가 수출된 국산 대국 품종‘백마’를 개발한 신학기 연구관. /농진청 제공
그는 "백마가 제대로 크지 않는다는 곳에 가보면 며칠씩 집을 비워 꽃이 시들어버린 경우도 있었다"며 "모든 재배 농가가 백마의 재배 지역과 시기, 기후 편차 등을 연구관처럼 세심히 고려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2007년 신 연구관을 단장으로 국화사업단을 발족해 현장에서 발견된 백마의 문제점을 하나씩 바로 잡아갔다. 백마 재배 농가도 부산과 전북 전주, 경남 창원·통영, 강원 고성, 충남 예산 등으로 확대됐다. 그해 9월에는 국화의 본고장 일본에 백마 5만송이(1만2625달러·약 1450만원)를 시험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수출 한달 뒤인 10월 열린 도쿄국제꽃박람회(IFEX)에 출품된 백마는 현지 바이어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일본 다미즈사와 500만달러(약 57억원) 수출계약까지 체결했다. 수출 물량도 2008년 100만송이, 2009년 328만송이, 2010년 500만송이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작년에는 일본 지진과 쓰나미 등의 여파로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300만송이 수출을 달성했다. 2010년에는 '제6회 대한민국 우수 품종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품종의 우수성도 다시 한번 공인받았다. 백마는 꽃송이에 달린 꽃잎이 많게는 400개나 돼 180여개에 불과한 신마에 비해 우수한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국은 상가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꽃의 색과 크기, 꽃잎 수 등 품질 비교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품종 개발보다는 안정적 생산이 가능한 우수 품종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백마는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단점 때문에 일본 시장 점유율이 6% 정도에 그치고 있다. 농진청 국화사업단은 백마의 품종 안정성을 더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2015년까지 2단계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잘 자라고 번식 잘되는 백마 품종 개량에 역점을 둬 일본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계획이다.

그는 "흰 꽃이 기개 있고 활기차 마치 초원을 달리는 흰말 같은 힘이 전해져 이름을 '백마'라고 지었다"며 "새해에도 백마가 그 이름처럼 세계로 끝없이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