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동남아 지역이 동남아(Southeast Asia)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중국인은 ‘남양’이라 지칭하였고, 인도인과 아랍인은 ‘바람 아래에 있는 땅’이라고 부르고, 유럽인들은 ‘인도 저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오늘날 동남아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를 포함하는 대륙 동남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동티모르를 포함하는 도서 동남아로 구분한다.
도서 동남아의 가장 특징적인 친족 제도는 양변친족제라고 할 수 있다. 양변친족제는 필리핀, 보르네오, 자바, 수마트라, 술라웨시, 말레이반도 등 도서 동남아 전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지역에 가부장적이고 부계적인 가족 윤리를 갖는 불교, 이슬람, 카톨릭, 유교가 깊이 침투하였지만, 가족과 친족의 구성에서 양변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다.
양변친족제는 지위와 재산에 대한 권리와 혈통이 남녀구별없이 동등하게 계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머니의 형제자매와 아버지의 형제자매를 구별하지 않으며, 외사촌이든 친사촌이든 모든 사촌은 동일한 친족 명칭으로 불린다.
말레이 사회에서는 아들 또는 딸이 결혼 후 몇 년간 부모 집에 머물다가 새로 집을 장만하여 나가고 결혼한 다른 자녀가 그 뒤를 이어 부모 집에 머무는 방식을 취하는데 직계가족의 형태가 시간적으로는 계속되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성원은 계속 바뀌는 순환적 직계가족 형태를 보인다.
보르네오섬 북부에 거주하는 원주민인 이반족은 장옥에 거주하는데, 그곳에 살기 위해서는 거기에 이미 거주하고 있는 사람과 어떤 식으로든 인척 관계나 혈연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양변제 사회에서도 부계사회나 모계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역 집단을 형성하는데 친척 관계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이혼율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여성의 권리가 잘 보장되어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여성이 자기의 재산을 소유하며, 결혼을 한 후에도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친정에서 쉽게 받아들여서 생활상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륙 동남아에서는 도서 동남아와 마찬가지로 양변친족제가 일반적인 친족 형태로 나타난다. 아버지 쪽과 어머니 쪽의 혈통이 모두 친족 범위에 포함되고, 아들딸 구별없이 재산의 상속도 동등하게 이루어진다.
베트남은 유교의 영향을 받아 다른 대륙 동남아와는 다른 모습의 친족 제도가 발전했다고 할 수 있으나, 지역과 계층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북부지역과 상류층에서는 부계제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지만, 남부 지역과 일반인층에서는 양변적인 친족 형태가 주를 이르고 있다.
불교적 의례가 중심인 대륙 동남아 국가들에서 남자만이 출가를 할 수 있는 등 제도적으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한 지위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의 생활에서는 여성이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여 가계를 주도적으로 꾸려 나가고 가정에서의 권위도 어머니에서 딸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여성의 지위를 낮게 볼 수 없다.
대륙 동남아에서는 이혼에 대한 관용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며 여성은 적극적으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다. 미얀마에서 여성은 남편이 돈이 없어 아내를 부양할 수 없거나, 일하지 않고 빈둥거릴 경우, 나이들어 무능하게 된 경우 등에 법적으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동남아에는 흰두교, 불교, 이슬람교, 유교, 기독교와 같은 세계의 주요 종교가 섞여 있다.
동남아시아 대부분 나라에서 인구의 절대다수는 한 특정 종교를 믿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는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0% 이상이 무슬림이다. 말레이시아는 인구 전체로 보면 이슬람 비율이 50%밖에 안 되지만, 이 나라의 다수민족인 말레이인 경우는 거의 100%가 이슬람 신자이다. 필리핀은 인구의 83%가 가톨릭 신자이고, 동티모르는 카톨릭 인구의 비율이 90%에 달한다.
13세기경 인도 무슬림 상인과 아랍 상인에 의해 자바, 수마트라, 말레이반도와 같은 도서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전해지기 시작한 이슬람은 도서 동남아 지역에 아주 넓게 퍼졌다. 이슬람으로의 개종과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전개되었으며, 주술적 힘에 대한 믿음, 정령과 조상신 숭배, 흰두교적 신비주의와 접합하여 혼합적인 종교와 의례 형태를 낳았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토착적인 민간신앙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그렇기 때문에 자바섬의 무슬림들 중에는 정통적인 이슬람 신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위 “산뜨리”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통적 관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위 “아방안”이 훨씬 많다. 이들의 이슬람 신앙은 민족적 축제와 주술신앙, 그리고 이슬람보다 먼저 들어왔던 흰두교 및 불교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대륙 동남아에 퍼져 있는 불교는 상좌불교에 해당한다. 상좌불교란 부처의 율법을 원래의 모습으로 지켜야만 한다는 전통적 입장에서 출발한 분파로, 해탈에 이르기까지 승가에 가입하여 불교의 계율을 엄격히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좌불교는 스리랑카에서 전성기를 이뤘으며, 12세기 이후 스리랑카 승려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태국과 미얀마에 전파되기 시작하여 대륙 동남아의 대부분 지역에 퍼져 나갔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에서 상좌불교의 저층에는 산신(山神)신앙, 정령숭배, 조상신 숭배, 샤머니즘 등의 민간신앙이 뿌리 깊게 깔려있는데, 미얀마의 낫(nat) 신앙과 태국의 피(phi) 신앙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미얀마의 낫은 원래 주인이라는 뜻을 가진 용어였는데, 나중에 확대되어 죽은 자의 망령이나 자연에 거하는 정령 등을 일컫게 되었다. 미얀마인들은 자연현상의 변화나 일상생활에서 벌어진 사건 등이 낫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라 믿는다. 피는 산이나 강, 나무 등에 거하는 자연의 정령과 지신, 조상신, 마을 수호신 등을 모두 가리키는 신을 말한다. 태국과 미얀마에서의 정령숭배는 불교와 마찰을 겪지 않고, 오히려 조화를 이루며 통합되어 있다.
대륙 동남아에서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유교, 기독교, 이슬람교들도 확인할 수 있다. 유교적 의례에 따른 조상숭배 의식은 베트남에서 발견되고, 또 불교, 기독교, 토속 종교를 포함한 신흥종교인 까오다이교도 베트남종교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기독교는 대륙 동남아의 산악 지역에 사는 소수 종족들이 믿고 있는데, 특히 서구 식민지 시기에 식민 당국의 후원하에 서양 선교사들이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활동을 전개해서 얻은 결과이다.
이슬람교는 주로 태국의 남부 말레이계들이 주로 신봉하는 종교로서 이 역시 불교 중심의 태국에 통합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국의 통합 정책에 불만이 많은 남부의 이슬람 세력은 오랫동안 반정부 활동을 벌여 왔다.
<참고도서>
1.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2022), 세계의 풍속과 문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 조흥국(2009), 동남아시아 사회와 문화형성, 수완나부미 제1권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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