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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어에 올인하면 무언가를 잃게 된다: 능력 총량의 법칙

seoyeoul 2011. 2. 9. 04:39

긴글입니다.

 

요지는

 

어릴 때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영어가 아니다. 전반적인 공부 실력이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몰입할 수 있는 능력, 분별력  갖추는 것이다. 혹 영어가 안 된다면 다른 강점 지능을 길러 주면 된다. 괜히 무리해서  영어 시킨다고 시간 낭비 돈 낭비하고, 아이 자신감 없애지 말고, 아이가 정말 무엇을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여 제대로 후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영어에 올인 하면 무언가 잃는 것이 있다 (능력 총량 한계의 법칙)

 

진정한 글로벌 인재에 대한 기대감

나는 지난 10년간 외국 국제학교에 다니다가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아이들을 지도해 왔다. 처음 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을 때 당혹감을 잊을 수 없다. 이 아이들이 서울대 특례 입시 유형으로 쓴 영어 에세이를 첨삭하는데, 고쳐 줄 것이 없었다. 나름 영어를 공부하고, 미군 부대에서 2년 동안 통역, 번역 하면서 나름 영어 좀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렵게 들어간 회사도 그만두고 영어 선생님이 된 나였는데 내가 얘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막막했다. 나중에 이 아이들의 약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시켜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감이 생기면서, 유학을 안 갔다 온 순수 국내파로 국제학교 다닌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으로 나름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지만, 이 학원에서의 첫 해는 정말 한 시간 강의를 위해 5-6 시간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상급반의 경우 토플 평균이 iBT 토플 120점 만점에 110 이상 수준이고, 2000년대 초반의 경우 SAT점수도 지금 점수로 치면 2100 이상의 고득점 학생들이 많았다.

 

2000년대 초반에 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는 드디어 우리나라에 진정한 인재들이 나오겠다는 기대를 했다.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에 찌들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국제학교에서 다양한 교과 외 활동도 하고, 영어와 한국어가 자유로운 그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던 글로벌 인재가 아닌가? 국제학교에 5년 이상 다닌 아이들의 영어 발음은 거의 원어민 수준이었다. 한글보다 영어가 더 편한 아이들이었다. 국제학교 학비가 평균 2만불 이지만, 이렇게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서울대 연고대 이상 간다면 이들이야 말로 21세기를 이끌어갈 진정한 글로벌 인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서울법대 특례생과 수능 출신의 사시 합격 비율

 

 지난 10년 동안 이 아이들 가운데 서울 법대에 약 30명의 아이들을 보냈다. 2001년부터 이 아이들을 가르쳤고 2008년 입시부터 서울대에서 특례 입시가 없어졌으니 약 8년 동안 해마다 3-4명의 아이들이 서울 법대에 진학했다. 올해가 2011년 이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졸업을 했는데, 이 가운데 사법고시에 합격한 아이들이 3명 정도 된다. 비율로 하면 약 10-20%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통산 수능으로 들어간 서울 법대 정규 학생의 사법 고시 합격률은 60% 이상이다. (비법대 서울대 출신 사시 합격자 제외)

 

 이 결과를 보고, 나는 약간 실망이 되었다. 물론 몇 몇 제자들은 사법 고시를 안 보고 미국 로스쿨에 가거나 유학을 떠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제학교에서 인성교육과 영어 교육, 창의 교육을 받은 내 제자들이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받은 아이들과 경쟁해서 더 탁월하지는 못해도 반 정도는 따라갈 성적을 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외국에서 5년 이상 산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어이다. 영어 100점은 쉬어도 수능 언어 영역 100점 맞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영어를 잡은 대신 국어를 놓치는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능력을 발휘해야 할 무대는 영어를 쓰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국어를 잘하고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고 경쟁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워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외교부에서 특채 선발이 없어진 이유

 전에 외교부에서 주로 외교부 자녀를 대상으로 외국어 능통자 특채 선발을 잠깐 시행한 적이 있다. 영어에 약한 외교관 때문에 국익에 해가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외교관 자녀로 평생을 외국 학교에서 다니고 국제 경험이 많은 외교관 자녀 중에 명문대에 다니고 실력 있는 사람들을 특채로 선발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폐지되었다. 형평성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인 업무 능력에서 다른 외시 출신들에 비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어는 잘 하지만, 국문으로 된 보고서를 올리고, 조직 내에서 융화하면서 지내는데, 국제화된 우수 인재들이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비단 정부부서에만 이런 일이 있지 않다. 조기 유학 붐을 타고 많은 아이들이 미국의 명문대에 입학했고, 반 정도가 4학년까지 살아남아 졸업을 했다. 그리고, 로스쿨이나 MBA를 마치고 다시 한국에서 들어와 근무 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대기업 간부들이나 인사 담당자들은 이들이 영어는 잘 하지만, 약간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한국 기업이나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국내파 중에서도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지 데리고 일하기 힘든 해외파를 써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영어도 잘하고 미국 정서에 물들어 있는 아이들이 미국에서 직장을 구해야지 한국으로 자꾸 돌아온다는 점이다. 9-11 사태이후 미국 경기가 좋지 않고 미국 내에서 외국인이 취업할 수 있는 입지가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영어 잘한다고 일을 잘하나? 좋은 대학에 가나?

 

 정말 너무나 상식적인 일인데, 무언가에 홀린 듯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영어를 잘 하면 대학을 잘 가고 사회에서 성공 할 가능성이 많다는 착각이다. 입시에서 영어 비중이 높고, 취업 승진에서 토익 점수, 스피킹 실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취업해서 국제 업무를 보는 수준의 영어 실력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쌓을 수 있다. 한국에서 그래도 괜찮다는 수준의 대학에 갈 실력이라면 맘먹고 공부하면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영어 실력이 아니라, 본인의 공부 능력과 의지의 문제인데, 영어 울렁증이 심하게 증폭되어 이상한 착시 현상을 만들고 있다.

 

 아이가 영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영어 전문 학원에 다녀서 영어를 잘 하게 되면 부모들은 무엇을 기대하나?

 

국제중 - 외국어고(특목고) - 서울대(최소한 연고대)를 머릿속에 그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입시전문가(민성원과 같은)나 대치동은 똑똑한 엄마는 특목고에 가면 정말 최상위로 잘 하지 않는 한 서울대는 힘들고, 중간이 연고대고 하위권은 차라리 일반고 가는 것 만 못하는 입시 성적을 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래, 민성원이나 이범의 책을 보라)

 

 명문대가 교육의 목표는 아니지만, 지금의 모든 사교육의 근본원인 중 하나는 학벌주의 이므로, 이 각도에서 우선 설명해 보자. 사실 영어만 잘 한다고 우리나라 명문대를 잘 갈 수 없다. 현재 체제하에서도 명문대를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영-수를 다 잘 해야 한다. 수능의 국어, 수학이 결코 호락호락한 과목이 아니다. 국어 수학 100점이 영어 100점 보다 훨씬 힘들고 만점자 비율도 훨씬 적다. 영어 우수자 전형이 있지만, 일반 전형에 비하면 턱없이 좁은 문턱이다.

 

능력 총량의 법칙

 

 나는 지금까지의 교육학 공부와 12년의 교육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능력 총량의 법칙: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총량이 정해져 있고, 그 총량은 한계가 있다.

 

역시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 인데, 부모의 욕심이 착시 현상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아이의 현재의 능력을 100 이라고 하면

 

많은 학부모들은

100 + @ +@ 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즉, 영어도 원어민처럼 잘하고, 국어도 완벽하게 하고, 수학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총량 100을 가지고 삼등분 하는 것이다.

 

국어 33 + 영어 33 + 수학 33 을 할 수 있거나

 

아이에 따라서 국어 50 + 영어 20 + 수학 30 일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영어를 90으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국어를 5, 수학을 5로 할 수 밖에 없다.

 

외국에서 살다온 아이들의 상황이 이렇다. 영어를 아주 잘하면, 국어를 못하고 수학을 그 만큼 못 할 수밖에 없다. 물론 5-10%의 예외가 있다. 이 아이들은 소위 말해서 국제중 전교 10 등 권에 특목고 전교 10 등 권으로 서울대 연고대 가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90%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고, 내 아이는 90%에 들 확률이 더 높다.

 

사교육계의 격언이 있다. "실패한 엄마는 조용하다" 국제중 가서 하위권에 특목고 가서 하위권에 아이가 서울권 대학에도 못간 엄마들은 조용하다. 조기 유학 가서 실패하고 오히려 아이가 게임 중독이 성격 이상이 되어 들어온 아이의 엄마들은 조용하다. 몇 몇 성공한 엄마들이 목소리가 큰 것이고, 이 목소리 큰 어머니들의 말에 많은 엄마들이 착각을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영어를 아주 잘해요

 

 그래서 나는 "우리아이가 외국에도 갔다 오지 않았는데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자랑하는 엄마들이나 그래도 외국에 몇 번 보냈더니 "애 발음이 달라지고, 한국 영어 시험은 무조건 100점이라"고 자랑하는 엄마들이 별로 부럽지 않다. 우선 지켜봐야 한다. 그 이아기 위에서 말한 국제중-외고의 5%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럼 영어를 80으로 하시면 국어, 수학은 20에서 나눠 먹어야 하고 그렇게 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연고대 이상 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아유, 걱정 마세요. 우리 애는 미국이나 캐나다로 보내서 외국에서 공부하게 할 거예요. 한국 주입식 교육에서 찌드는 것 보다 자유롭게 공부하게는 게 낫죠!"

 

"아, 네, 그럼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자리 잡고 취직해야 하는데, 요즘 그곳 경기가 안 좋다고 다들 한국으로 돌아오던데요. 그리고 앞으로도 미국이나 캐나다 경제는 안 좋아지고, 이제 중국을 중심으로 완전히 아시아 중심의 시대가 될 텐데, 오히려 한국에서 인맥을 만들고 중국이나 인도 쪽으로 진출하는 게 낫지 않나요?"

 

"아 그럼 한국이나 중국에서 취직하면 되지요. 영어도 잘하겠다, 한국어 되겠다 그야말로 글로벌 인재 아이예요.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 나갈 때, 따라 나가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잖아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최소한 한국에서 10년 정도는 일해서 한국 기업에서 인정받고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많은 조기 유학 귀환자들이나 제가 가르친 제자들은 한국 기업 문화에 잘 적응 못하고 나오던데요..."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하시니 그렇죠. 잘 되는 사람이 더 많아요."

 

"아, 제가 과문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비용은 어떠하죠. 외국 국제학교 보내거나 기러기 생활하고 미국, 캐나다 공립학교 보낸다고 해도, 중고등 1년에 최소 2 만 불에 4년 다닌다고 하면 8 만 불, 대학 4년 최소 8-10 만 불, 대학원 2년 4-5 만 불 잡으면 총 20-25만 불이고 우리 돈으로 2억에서 2억 5천 드는데요. 학비만 이정도면 생활비 및 기타 비용 합치면 최소 3-4억은 준비하셔야 하는데요. 아이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되면 한국에서 교육 시켜서 서울권 대학 가르치는데 4년 8천만 원이면 되고 중고등 학원비 3-4천 잡아도 1억2-3 천 이면 되고, 정말 전 과목 다 과외 선생 부치거나 어학연수 몇 년 보낸다 해도 2억이면 되는데, 너무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작은 것 아닌가요?

 

"그래서 말씀하시려는 요지가 뭐예요? 얘 영어 공부 시키지 말라는 건가요?"

 

"네, 굳이 오버해서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시라는 겁니다. 어차피 공부 그릇이 돼서 글로벌 인재가 될 사람은 다 필요한 영어 하게 되어있습니다. 안철수 교수를 보세요. 중고등 학교때 제일 부족한 과목이 영어였습니다. 그런데 대학 가서 원서 보며 공부해서 영어로 책 보는데 지장 없고, 부족한 회화 열심히 공부해서 미국 가서 유학 생활하는데 지장 없었습니다. 반기문 장관 보세요. 발음이 안 좋다고 UN 사무총장 못하는 것 아닙니다. 발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력과 내용이니까요.

 

홍정욱과 반기문

홍정욱씨의 <<7막 7장>>을 감동스럽게 읽고, 그가 책에서 이제 중국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 나는 기대가 많았다. "아, 이제 제대로 된 인재가 나오는 구나..." 얼굴도 잘 생기고, 영어도 잘하고 하버드를 우등 졸업하고... 이제 이 분이 미국에서 정치를 하거나 언론인이 되거나 해서 입지를 쌓고, 미국에서 뿐 만 아니라 장차 유엔 사무총장 같은 큰 인물이 되겠구나..."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영어 발음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은 충북 음성 출신의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되셨고, 홍정욱 씨는 한국에 들어와 신문사 사장을 하고, 국회의원으로 출마해서, 진보 신당의 유일한 희망이던 노회찬의 저격수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한국에서 신문사 사장하고 국회의원하려면 뭐 하러 미국에 가고 비싼 하버드 학비 내고 다녔을까? 홍정욱 의원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한국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고, 이후 실력을 쌓아서 정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결론이 국회의원이라면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고 빙빙 돌아온 것 아닌가?"

 

영어도 잘하고 미국 내 하버드 인맥도 있는 국회의원을 얻어서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홍정욱 의원에게 기대한 것은 이것은 아니었다. 잘 생긴 외모와 탁월한 영어 발음으로 미국 사람들 콧대를 꺾어 주고, 당당히 미국 사람과 겨루어 미국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는 큰 인물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았나? 박찬호나 추신수, 박세리 같은 사람이 되어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하버드 학벌로 한국에서 성공하기는 어쩌면 쉽다. 하버드가 미국 1등 대학은 아닌데, 좁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 1등 대학 서울대, 일본 일등 대학 동경대, 미국 1등 대학 하버드... 미국은 세계 1등이니까 세계 1등 대학 자동으로 하버드라는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효과

 

 국제학교 1년 학비는 2 만 불이 넘는다. 우리 돈으로 2천 400만 원 정도이다. 4년을 다니면 거의 1억에 가까운 돈이다. 대부분 학교에서 다양한 교과외 활동을 시키니까 특별히 예체능 과외를 시킬 필요가 없지만, 몇몇 유학생이 많거나 학원이 나가있는 외국 지역은 영어, 수학 과외까지 시키니까 비용은 더 들것이다. 다행히 대부분 해외 주재원이나 외교관은 이 비용을 회사나 정부가 대준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인데, 웬만한 자영업자 아니면 12년을 국제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국제학교를 5년 정도 잘하면 영어를 잘한다. 모든 것을 영어로 배우니 영어를 못하는 게 이상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공부 머리가 되는 아이들은 중고등 과정을 3-4년 정도 배우면 토플 110점 이상은 쉽게 받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공부 머리가 안 되는 아이들은 10년을 배우고도 토플 100점을 받지 못한다. 말은 잘하고, 발음은 좋은데 시험은 못 본다.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한국말 잘 한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이 한국어 능력 시험을 보면, 작정하고 공부한 네팔 사람보다 한국어 능력 시험 점수가 안 나올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5년 이상 국제 학교를 다녀서 영어를 잘하게 되면, 그 만큼 한국어를 못하게 된다. 부모가 한자를 가르치고, 지속적인 한국어 독서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수능 언어 영역 문제를 기준으로 50점 이상 받기가 쉽지 않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특례생의 경우, 영어를 어느 정도 하기는 했지만, 영작 표현에서 아무래도 한국식 표현이 남아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무언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읽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능력은 무한대 확장이 아니다.

 

외국어를 잘하면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착각

 

 영어와 다른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정말 큰 인물이 될까? 빌게이츠는 외국어를 잘하나? 스티브 잡스는? 중국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워런버핏은 중국어를 잘하나?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중국의 수장 후진타오는 공식 석상에서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영어로 진행된 2009년 아시안 리더쉽 컨퍼런스에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오자와 간사장은 "나는 영어를 못하니까, 일본어로 발표하겠다고" 했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통역 헤드셋을 찾아서 간사장이 뭐라고 말하나 들을 준비를 했다. 아무리 국제화 시대지만 영어는 도구일 뿐이다. 실력이 안 되는 사람이 영어만 잘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외국 친구들과 맥주한 잔 하면서 회포를 푸는 것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어에 쏟을 정성보다 먼저 실력을 키우는데 쏟자.

아래 표를 보자. 진정으로 영어가 빛을 바랄 수 있는 때는 내가 실력을 갖추고 난 후임을 알 수 있다. 학생이라면 국어, 수학, 영어 골고루 잘 할 수 있는 공부 그릇이 갖춰지는 일이고, 사회인이라면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에서의 실력을 갖추는데 먼저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실력 탁월

실력 중간

실력 없음

영어 탁월

최고, 무엇이 아쉬우랴

고흥길, 고주홍

번역이나 통역을 하면 된다.

도대체 어디다 써 먹을까?

영어 선생님을 해도 잠깐 근무

영어 중간

능히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다.

반기문, 김대중

애매하다. 오히려 실력을 더 키워라

역시 답이 안 나온다. 어설픈 영어 실력이 오히려 인생의 걸림이 될 수 있다.

영어 부족

불편하기는 하지만 능력을 발휘하는데는 지장 없다.

이치로

영어는 관리하고 실력을 더 키워야 한다.

인생 괴로워진다.

실력을 키워라

 

결론: 영어에 흔들리지 말자.

 

 아이가 영어를 잘 한다고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엄마들이나, 또 그런 이야기를 듣고 기가 죽어서 우리애도 얼른 영어 유치원 보내야지, 영어 학원 보내야지 하고 흔들리는 엄마들을 보면 안타깝다.

 

 어릴 때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영어가 아니다. 전반적인 공부 실력이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몰입할 수 있는 능력, 무엇이 똥인지 된장인지 분별한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영어가 안 된다면 다른 강점 지능을 길러 주면 된다. 괜히 안 되는 영어 시킨다고 시간 낭비 돈 낭비하고, 아이 자신감 없애지 말고, 아이가 정말 무엇을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여 제대로 후원하는 부모님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심정섭, 영어 그릇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부 그릇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텐인텐 전문가 칼럼

심정섭, 영유아 대상 영어 학원 꼭 보내야 하나?, 텐인텐 전문가 칼럼

 

민성원, <<엄마는 전략가>>

이 책에서 민성원씨는 아이가 머리가 좋으면 수학을 머리가 안 좋으면 영어를 더 시키고, 연고대를 생각하면 외고나 특목고를 서울대를 생각하면 일반고를 보내라고 조언한다.

 

이범, <<이범의 교육 혁명>>

대한민국 교육의 위선과 사교육의 허상을 통렬히 고발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이범씨는 알려진 바와는 달리 대치동 똑똑한 엄마들은 굳이 특목고에 목메지 않고, 전략적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글쓴이 심정섭은 전문가 칼럼에서 사교육비 경감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출처 : 텐인텐[10년 10억 만들기]
글쓴이 : Jonathan(심정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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