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문화는 자연환경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낸 정신적, 물질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문화란 한 세대에 의해서 학습, 공유되는 것이 아니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사회역사적 소산이다. 또한, 문화의 내용은 그대로 전승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과 생활양식이 축적되면서 이어져 간다. 그러므로 우리의 문화는 우리 조상들의 축적된 지혜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문화는 각 개인을 그가 속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편입시키고 기존 삶의 양식과 상징체계 등을 훈련시켜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게 되지만, 끊임없이 이에 대한 도전을 통해 사회는 다시 균열이 생기고 새로운 양식과 체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즉 문화는 사회의 ‘재생산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재생산화된 문화적 요소들은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고 변화, 발전하는데 주요 구성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우리사회에서 문화의 재생산화 사례를 폐교의 문화시설(화성시의 창문아트센터) 활용을 통해 살펴보고, 그 사례에서 기존의 양식이나 체계는 어떤 것이었으며, 이에 대해 어떤 식의 도전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어떤 양식이나 체계가 형성되었는지 분석해 보려고 한다.
2. 폐교를 활용한 문화예술 공간
최근 들어 폐광, 폐공장, 폐교 등 지역의 유휴시설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추세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간 조성에서 문화예술을 중심에 두는 현상은 지역 문제의 인식 틀이 정치경제에서 문화예술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휴시설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하는 경우, 폐교를 활용하는 사례와 논의가 특히 활발한 편이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학령인구의 감소,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인구 밀집지역 변화 등으로 농·산·어촌을 비롯하여 구(舊)도심 지역을 중심 최근에는 일자리 창출과 문화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정체성 발견과 지역문화 활동의 연계성 강화, 공간 지원을 통한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폐교를 창작공간, 문화예술교육공간, 미술관, 박물관, 연극촌 등의 다양한 문화시설로 전환한 사례 논의 역시 활발한 편인데, 이러한 문화시설은 교육을 목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공간 운영과 작가 양성을 목적으로 한 창작 스튜디오 운영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폐교에서 아트센터로 다시 태어난 ‘창문아트센터’
경기도 화성시 수화동에 위치한 창문아트센터는 1938년 개교하여 2000년에 폐교한 창문 초등학교를 임대하여 문화예술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창문아트센터는 폐교를 창작 스튜디오로 활용하여 예술인들에게는 창작공간을 제공하면서 상호교류를 통해 창작 활동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동시에 지역민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문화공간으로서 지역주민들에게는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확대시키는 등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고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창문아트센터 시작은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었다. 화성시의 외지고 조용한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관장 박석윤씨를 비롯한 9명이 뭉쳐서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의 창고를 개조한 스튜디오를 보고 작가들이 마음껏 작업하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곳은 ‘각기 다른 분야의 작가들이 모여 새로운 담론을 형성해보자’고 했던 취지대로, 초기에는 미술가, 조각가, 가구디자인,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뜻을 모았고, 체험학습프로그램 또한 학교 교육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자는 취지에서 ‘대안교육’을 떠올리며 시작했다.
이곳은 작가의 작업과 체험학습 모두가 활발히 공존하는 곳이다. 학교로 도착하면 입구에 ‘창문아트센터, 창문농촌체험장’이라고 적혀있다. 그 안으로는 넓은 운동장이 펼쳐있는데, 운동장 곳곳에는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을 볼 수가 있다. 계단 위에 위치한 본관 건물의 입구에는 ‘창문아트센터’라고 쓰여 있다. 이곳은 본격적인 아트센터 공간이다. 입구부터 운동장 그리고 본관 건물 1층까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된 공간이고, 2층은 외부의 출입이 통제된 작가들만의 공간인 것이다.
창문아트센터의 프로그램 중에는 주민들이 주축이 된 농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라든지 각종 예술행사 프로그램이 있어 지역을 찾는 이들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활발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농산물 직거래장을 만들어 도시인들에게는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유기농 먹거리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은 소득 증대를 꾀하여 침체되었던 마을에 활기가 감돌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2003년 센터와 마을주민이 결합된 창문 문화·농촌 체험마을이 조성된 이후로 예술과 신선한 유기농 문화가 조화를 이루어 작가와 지역이 모두 상생하는 아트센터로 발전하고 있다.
2) 창문초등학교와 그 배경마을의 이야기
창문아트센터가 자리 잡은 화성시 수화동은 학교 인근 지역 대부분이 논과 밭으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폐교를 둘러싼 100m 이내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은 70여 가구, 약 180여 명이며, 폐교반경 1km 정도에는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들 대부분은 창문 초등학교가 폐교된다고 했을 때 폐교 결정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농촌 지역에서 학교란 단순히 학생 교육만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가 숨 쉬는 곳으로서 지역 문화의 발전에 상당히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로 경비 절감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폐교 결정이 내려졌고, 지역주민들은 이에 대부분 반대했던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학교를 지키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애교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학교가 지닌 지역사회 중심 문화시설로서의 상징적 기능의 소멸에 대한 허탈감과 더불어 임대나 매각에 의해 지역의 정서에 반하는 이질적인 문화와 집단의 이입으로 지역 공동체 의식이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민들은 폐교가 불가피하더라도 마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적 중심시설로 학교건물이 재활용되기를 바라고 있었고, 이렇게 함으로서 자녀교육과 주민 계몽에 관련되는 기능을 계속 유지하여 지역사회에 여전히 기여하는 시설로 남기를 원하고 있었다.
3. 결론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농·산·어촌의 쇠퇴로 속출하고 있는 폐교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다. 지역문화예술과 생활문화예술에 방점을 둔 문화예술정책과 문화예술의 내재적 힘 덕분에 폐교의 문화예술 공간 활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만큼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소유권과 수익을 둘러싼 행정적인 문제와 불리한 입지 조건, 콘텐츠의 한계, 주민 동의와 동참의 어려움 등 현실적인 문제로 수많은 폐교 활용이 좌절되기도 한다. 그만큼 폐교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때 어떤 점을 전제하고 고려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도 화성에 자리한 ‘창문아트센터’는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창작을 위해 조성한 본래의 목적을 뛰어넘어 예술을 통한 지역 활성화로 진화한 대표적 사례이다. 현재 지역과 연계되어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폐교 활용 유형’의 문화공간이 그렇듯이 창문아트센터 또한 지역 연계 활동을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단지 뜻이 맞는 작가들의 공동 작업실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역민들과 인간적 유대가 형성되면서 지역 문화 공간, 혹은 지역 활성화의 거점으로 발전해 나간 것이다.
작가들이 서로의 작업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되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예술이 있는 곳,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예술의 비전이 있는 곳으로 발전되는 ‘창문아트’가 되길 빌어본다.
4. 참고도서 및 사이트
1) 고윤화·양혜원(2020), 예술경영과 예술행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
2) 남영희 外(2019), 폐교를 활용한 문화예술 공간의 사회적 역할연구 <부산‘놀이마루’와 도쿄‘1331 아트 치요다’를 중심으로>, 한국민족문화71(p365-395)
3) 이용구·고동우(2013), 농촌폐교의 문화시설로의 활용을 위한 기초적 연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미술관을 대상으로>, 대한건축학회연합논문집 15:2(p83-90)
4) 최유진(2010), 스튜디오 in 폐교, 미술세계(p74-99)
5) 화성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hsag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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