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음식의 멋과 지혜

한국 전통음식은 우리 민족의 일상생활, 궁중의식, 통과의례, 세시풍속 등을 통한 고유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징을 지니면서 전승되어 온 음식으로, 독특한 맛의 조화와 그윽한 풍미,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 및 각 지방마다 고유하고 특색있는 조리법으로 보존, 육성되어온 음식이다.

 

한국 전통음식의 멋은 만드는 이와 먹는 이의 마음에 들어있는 무영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이 아름다움은 음식에 직접 표현되고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상차림에 올려진 색깔과 운치있게 먹는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 음식문화의 멋 중 하나는 섞음과 조화이다. 이는 섞이기 좋아하고 무리 짓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음식에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잡채를 보면 동물성인 고기와 여러 채소 및 당면을 섞어 만드는 것이니 섞음의 철학이 잘 반영된 음식이다. 잡채는 음식 재료에서 나온 자연 그대로의 색이 음식에 녹아 들어가 있어 입뿐만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한다.

전통음식 가운데 음양오행의 철학이 잘 실현된 음식으로 구절판이 있다. 구절판에는 우선 음(동물성 식품)과 양(식물성 식품)의 음식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재료 자체에 오색의 조화가 다 이루어진다. 다채로운 색깔을 한 그릇에 둘러놓고 얇은 밀전병에 싸서 먹는다. 눈으로 색깔을 보고 입으로 맛을 느낀다. 튀지 않으면서 은은한 색깔이 입맛을 돋우는 것이다.

 

이처럼 음식에 색이 다른 재료를 쓴다는 것은 크게 보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게 만든다는 뜻도 된다.

우리 전통음식에는 자연의 생명력이 스며든 소박한 아름다움이 음식에 들어있다. 이 소박함은 거부감이 없는 색깔과 맛으로 표현된다. 자연을 담은 음식이 우리에겐 보약인 것이다. 예로부터 약식동원이라는 표현으로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뜻한다.

 

우리 전통음식에 대하여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발효식품이다. 김치가 그 대표적인 것이고, 간장, 된장, 고추장의 장류, 수산물을 이용해 발효시킨 젓갈류, 그리고 다양한 채소를 이용한 채소절임류 등이다. 이 발효음식에서 조상들의 음식에 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우리 음식은 상 위에서 정갈하게 차려 먹도록 했는데, 상위에 올려진 그릇과 음식은 검소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던 한국인의 옛 멋을 보여준다. 또한 따뜻한 음식과 찬 음식, 나물과 찌개, 색깔의 배합, 숟가락과 젓가락의 모양이 밥상 위에서 조화의 미를 이루었다.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을 담는 그릇이나, 상보, 주발보, 수저집 등에서도 조상들의 멋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궁중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른 재질의 그릇을 사용했는데, 이는 날씨 변화에 따라 음식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아이의 수저집에는 과거급제를 바라는 글을 수놓고, 시부모의 수저집에는 십장생을 수놓아 장수를 빌었으며, 남편의 수저집에는 백년동심과 같은 글을 새겨 부부간의 한결같은 마음가짐을 빌었다. 상보도 철마다 달랐고, 밥그릇도 봄가을은 나무그릇, 여름은 사기나 백자, 겨울은 유기그릇을 사용하여 음식문화의 멋과 과학이 어우러졌다.

 

 

참고도서

1. 한국문화자원의 이해Ⅱ, 고운기외, 한국방송통신대학출판문화원, 2020.

2. 한국음식문화의 의미와 표상, 아시아리뷰 제5권(통권 9호),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