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생활/나의 이야기

『나는 흑인이다. 나는 흑인으로 남을 것이다』(에메 세제르, 프랑수아즈 베르제 지음, 변광배 옮김, 출판 그린비, 2016)를 읽고~

seoyeoul 2022. 1. 16. 10:00

1. 서론

나는 흑인이다. 나는 흑인으로 남을 것이다유럽의 식민주의에 의해서 왜곡되고 박탈당한 흑인의 정체성과 인권 회복을 목표로 하는 네그리튀드 운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에메 세제르와 포스트식민주의 이론 전문가인 프랑수아즈 베르제의 대담형식의 책이다.

프랑스령인 레위니옹섬에서 태어난 프랑수아즈 베르제는 2004년에 마르티니크의 세제르를 찾아가 매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대담을 나눴다. 식민지 프랑스에 대한 그의 분석, 식민 제국의 붕괴에 참여한 남녀 세대 곁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 마르티니크라는 세계, 흑인들의 세계, 인간과는 거리가 먼 세계, 이 세계에 대한 그의 꿈··공포 등의 이야기를 하였다. 세제르의 시나 극 작품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좀 더 일반적인 주제, 가령 노예제도, 사죄, 공화국, 문화적 차이, 권력의 고독한 성격 등에 관련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 책에 쓰여 있다.

여기에서는나는 흑인이다. 나는 흑인으로 남을 것이다를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하려고 한다.

 

2. 본론

1) 에메 세제르는 어떤 인물인가?

1913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마르티니크의 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프랑스식 교육을 받고 1931년 장학금을 받아 파리로 간 에메 세제르는 세다르 생고르를 만나 친구가 되며 그와의 교류를 통해 아프리카를 발견하고 자신이 프랑스인이 아니라 흑인이라는 점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의식하에서 그는 미국의 할렘 르네상스에 나타나는 흑인의 문화 운동에 자극을 받으며 1935년 세다르 생고르, 레옹 다마스 등과 함께 잡지 ?흑인 학생?을 창간하여 흑인의 정체성 추구 운동에 참여한다. 이렇듯 세제르의 사상 형성에 결정적 시기였던 파리 시기에 그의 아프리카의 발견은 그에게 흑인으로서의 의식화에 있어 출발점이 되며 내용이 된다.

1939년 발표한 ?귀향 수첩?에서는 마르티니크에서 흑인들이 처한 빈곤, 비위생적 주거조건, 정신적 불안감, 그리고 이들의 열등감 등 소외적 상황을 격렬한 어조로 비판한다. 그는 더 나아가 자신을 흑인 아동 노예와 동일시하며 노예제도의 비극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개들은 조용하였다?에서는 유럽의 식민주의가 일으킨 아프리카의 비극을 르벨의 입을 빌려 드러내는 한편 희곡 ?콩고의 한 계절?에서는 탈식민화의 비극을 연극적으로 잘 형상화했다.

1941년에는 부인 쉬잔 세제르, 르네 메닐 등과 함께 잡지 ?열대 ?를 창간하여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문화 발굴과 반식민주의 운동을 전개한다. 세제르는 1955년 평론 ?식민주의에 대한 담론 ?에서 피식민 지역의 민중들에게 비극과 고통을 일으킨 유럽의 식민지배를 파토스적 언어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프란츠 파농, 에두아르 글리상 등과 지적 교류를 나누었고, 프랑스 공산당과 마르티니크 진보당에서 정치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2) 에메 세제르와 프랑수아즈 베르제의 대담

세제르 본인이 프랑수아즈 베르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1930년대 파리 시기에 생고르와 만남을 계기로 하여 아프리카를 발견하고 독서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세제르는 자기의식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우선으로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역설한다.

세제르는 문명 주의에 대하여 내가 타자가 될 수 없고,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인 것이고, 너는 너의 인격이 있고, 나는 나의 인격이 있으므로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또 박애에 대하여는 만약 네가 모든 권리를 가진 인간, 다른 사람들의 존중을 받아야 할 인간이라면, 나 역시 한 명의 인간이고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 나를 존중해 줘야 하고, 그 순간에 우리는 형제가 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노예무역과 노예제도에 대하여는 노예제도와 식민지 피해는 배상이 불가능하다. 수많은 악행에 희생된 민족들을 돕는 것은 당연하고도 명백한 결론이고, 이런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배상 차원에서는 추론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말을 한다. 과거의 아픈 경험은 결코 그러한 방식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 표현보다는 도덕적 표현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그는 시는 인간을 그 자신에게 드러내 보여 준다고 하면서 나 자신의 가장 심오한 부분이 분명 나의 시 안에 있을 것이기에 내가 쓴 시를 읽어보면 바로 거기에 내가 있다는 말을 한다.

자유를 쟁취했다고 해서, 독립을 쟁취했다고 해서 실력이나 실속은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나라, 그렇지만 식민지였던 마르티니크보다도 더 가난한 나라의 모습을 아이티에서 보았다고 하면서 이러한 일들이 마르티니크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을 한다.

인간은 다른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다른 인간을 존중해야 하고, 도와야 한다. 누가 인권선언문을 작성했는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권 선언과 더불어 진보는 결국 모든 인간은 같은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세제르는 우리에게 이와 같은 권리를 당신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위해서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세제르는 민족마다 고유한 문명·문화·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야만·전쟁·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을 주장하는 권리에 맞서 싸우라고 요구한다.

 

3) 포스트 식민주의란?

역사 용어사전에 의하면 포스트 식민주의는 서구의 식민주의가 강제한 서구 중심적인 지식/담론을 비판하면서 식민지배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전개되어 온 반()식민 저항의 역사와 문화를 피식민지민(被植民地民)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려는, 또한 공식적인 식민주의가 종식된 이후에도 현실에서 지속해서 작동하는 신제국주의 지배체제와 이데올로기에 맞서 물질적·정신적 식민화를 극복하고 더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구축하려는 다양한 정치적·문화적 실천 및 이론들에 관해 최근에 붙여진 이름이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포스트 식민 이론은 인류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문학 비평과 같은 여러 인문·사회과학 분야로부터 많은 것을 빌려왔으며, 구조주의, 포스트 구조주의, 그리고 포스트모던이라고 불렀던 것들이 이 이론에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포스트 식민 연구자들은 인종적이고 민족적이고 성적이고 정치적인 정체성 확립의 전략들이 어떻게 접촉의 상황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불평등한 위치에 서 있는 정체성 확립의 시스템들 사이에서의 갈등이라는 폭력적 접촉의 맥락들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이해하고자 한다. 포스트 식민성 개념은 권력들의 새로운 지도를, 본국과 식민지 사이의 접촉 지대들을, 그리고 식민지들 사이의 접촉 지대들을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포스트 식민주의 작가인 세제르는 식민화 이전의 여러 아프리카 사회의 경제는 자연스럽고 조화롭고 지속 가능했다고 그의 책 식민주의에 대한 담론에서 말하고 있다. 세제르는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고, 그 어떤 부정적인 신원 판별도 그것과 결부되지 않으면서도 흑인이 되는 것이 가능한 사회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4) 세제르 노예제도, 식민주의

세제르는 노예제도 폐지의 양면성인 특성을 강조했다. 해방된 노예들은 피식민자로 남았다. 노예들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은 것은 주인들이었고, 흑인들의 사회적·경제적 불평들은 계속되었다. 노예무역과 노예제도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반복하고 있는 세제르는 이러한 돌이킬 수 없음과 더불어 살고자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을 더욱 잘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세제르는 우연히 정치하게 되었고, 정치인이 된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함에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국회에서 마르티니크 진보당과 마르티니크 민중을 구현한 사람이 되었다. 세제르는 식민화에 의해 만들어진 땅이자 노예제도가 창궐했던 땅에서 태어나고 살아간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그것의 현대적인 윤곽을 이해하고자 했다.

 

3. 결론(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

이 책을 통하여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했던 세제르라는 사람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알아볼 수 있었다. 세제르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나 백인 중심의 동화적 교육으로 인해 그는 자신을 프랑스인으로 생각하였다.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유배당한 흑인의 후손이지만 이 기원에 대한 의식은 없었으며 단지 빈곤에 시달리는 이 섬으로부터 그저 떠나고만 싶었던 소년이 파리에서 청년 시기를 보내고 다시 마르티니크로 돌아와 독립과 동화 사이에서 자주를 부르짖으며 정치활동을 하고, 시인과 극작가로서 네그리튀드를 주창했고, 식민주의를 청산하고 노예제도의 모순점을 알리기 위해 열심을 내었던 그를 이 책을 통해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며 노예제도와 식민지 피해에 대한 배상에 대한 세제르의 생각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과거의 아픈 경험은 결코 배상의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금전적 배상은 너무 쉬운 배상이고 참다운 배상은 아니다. 상업적 배상이 아니라,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배상이 필요하다는 말이 우리의 일제강점기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세제르는 말한다. ‘내 생각으론 유럽인들이 우리에게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모든 불행한 사람에게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인을 제공했던 여러 가지 악행 때문에 더욱더 우리에게 큰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다. 타인을 불행하게 한 책임을 통감하라는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인 나는 흑인이다. 나는 흑인으로 남을 것이다나는 남처럼 살지 않고, 나로 남을 것이다라는 말로 바꾸어 보았다. 남들의 삶을 바라보며 비참해하지 말고, 세상적 화려함에 굴복하지 말자. 돈이 없다고, 또는 장애가 있어서 못 할 것은 없다.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나답게 살자는 말이다. 나는 나로서, 너는 너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충분한 존재라는 세제르의 생각에 동감한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에메 세제르 외(2016), 나는 흑인이다. 나는 흑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린비

2. 진종화(2017), 에메 세제르의 시에 나타나는 아프리카, 프랑스예술문화연구 59(p279-p315)

3. 역사용어 사전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77XX61301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