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생활/나의 이야기

또 하나의 친정

seoyeoul 2010. 3. 5. 00:28

매주 화요일 할아버지 댁에 가는 날

 

표면적인 이유는 네덜란드어를 배우러 가는 것이지만..

할아버지도 나도 꼭 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공부(?)는 1시간 정도 하고(책 읽는 것으로..),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잘 되지도 않는 네덜란드어와 영어를 섞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만 살아서 적적할 것 같다.

아들이 있기는 하는데 너무 멀리 있어서 자주 오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자주하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방문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내가 엄청 시끄럽게 얘기하기 때문에~~ 

조용하던 할아버지댁이 왁자지껄해지니까~~ㅋㅋ

 

항상 할아버지께서는 한국관련 기사를 스크랲해서 주신다.

처음에는 북한관련기사를 주시더니,  요새는 서울관련기사로..

지난번에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군부대 시찰한 사진,

요번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북한관련 시위 기사를...

 

지난주에 드렸던 태극기를 밖에서 잘 보이는 곳에 하나 꽂아 두시고,

하나는 안에서 잘 보이는 곳에다 꽂아 두셨다.

나머지 3개는 어디로 갔는 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박물관에 보내겠다고 하셨으니까, 그리로 갔겠지..

 

할아버지께서는 갈 때 마다 뭔가를 주시는데..

오늘은 햄을 주신다.

지난번에 우리 아이들이 방문했을 때 너무 잘 먹던 것이라고 하시면서...

기억력도 좋으시지~~

그리고 할머니께서는 교회에서 아이티를 돕기위한 바자회를 했는데,

그곳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하면서 수건을 내 놓으신다.

 

이곳에 올 때마다 뭔가를 싸주고 싶어하시는데,

정말 너무 고마워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오렌지, 배, 바나나와 과자도 같이 봉투에 넣어 주신다.

 

마치 친정에 다녀 가는 듯한 기분이다.

 

이렇게 많이 싸 주셔서 엄마집에 온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까,

한국도 그러냐고, 네덜란드도 엄마집에 가면 이렇게 싸 준다고 하시면서...

옛날에 당신도 엄마집에 가면 엄마가 항상 이렇게 해 주셨다고..

그러면서, 가끔  주머니에 돈도 넣어주셨다고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이셨다. ㅋㅋㅋ

 

네덜란드에 또 하나의 친정을 만들고,

일 주일에 한번씩 그분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 계신 시어머니와 친정부모님을 한번 더 생각하고,

전화도 더 자주하고...